코로나 이후 오랜만에 여행입니다.
한국을 출발해 태평양 어딘가를 지날때 쯤부터는 승무원들도 마스크를 쓰지 않더군요.
한국보다는 이젠 외국에 가까워졌다는 뜻이었겠죠.
그리고 이제 코로나도 끝이보인다는 것이겠죠.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곧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된다.
소설 데미안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오랜만의 여행은 저의 세계을 파괴하고 새로운 경험들과 추억들을 제 삶에 더해주네요.
두바이의 분수 쑈, 아틀란티스 워터파크의 leaf of faith, 두바이 skyline과 거대한 쇼핑몰들은 저의 세계를 깨트리기에 충분했습니다.
몰디브의 바다색과 바다위로 펼쳐진 리조트는 몰디브스러웠습니다.
그 평화로움 속에서 바빠보려고 하는 일은 물고기를 만나러 가는것과 밥 먹는것 정도였습니다.
몰디브에서 만난 많은 백인들은 진작 은퇴했을거 같은 백발의 할아버지, 할머니더군요.
보통 백인들은 3~4주씩 지내면서 그냥 썬베드에 누워서 낮잠자고 책 일고 가끔 수영하면서 지내고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아무 할일 없이 지내는 시간이 지겹지 않냐고 하겠지만 저는 너무 부러웠습니다.
은퇴 후의 시간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군요. 과연 내가 은퇴하고 몰디브에서 1달 동안 저렇게 지낼 수 있을까.
또 몰디브에서 만난 한국인 가족들은 제게 많은 고민을 안겨주더군요.
과연 우리 애가 수영할 수 있을만큼 컷을때 몰디브 데려올 정도의 경제적 여유가 있을까.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해가는데, 뒤쳐지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다보면 무기력함을 느낍니다.
지금 어떤 결정을 해야할지 항상 고민되고 무섭네요.
그럼에도, 두바이와 몰디브의 여행은 제가 가야하는 인생의 길을 어느정도 찾을 수 있는 여행인것 같았습니다.
( 여행 중 읽었던 책 모두 너무 좋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