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즘이다. 한국을 떠나 홍콩으로 이사했고 한참 우울한 홍콩 날씨 속에서 일자리를 찾고 있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홍콩을 다시 방문했다.
아침에 일어나 구룡공원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고 215X를 타고 KwunTong으로 출근해서 아침을 먹고, 챠챠틴을 찾아 점심을 먹고, 다시 퇴근하는 지난 1년간의 삶을 다시 한번 살아봤다.
좁은 사무실에서 개발자 4명이 서로 둘러 앉아 영어인지 중국어인지 한국말인지 혹은 필리핀어인지 알 수 없는 언어들로 대화를 하고 살아가는 것. 가끔 침사추이로 또는 센트럴로 나가 맥주 한잔 하는 것. 그것이 내가 지냈던 홍콩 생활이였다.
그러나 이제, 홍콩 계좌도 닫고 휴대폰 계약도 종료시키고 옥토퍼스 카드의 잔금도 모두 다 사용했다. 이젠 한국에 적응해야지.
내가 지냈던 홍콩에서의 삶이 마치 20대 초반 보냈던 군생활처럼 인생의 안주가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이제 내 앞에 놓은 건조하고 답답한 일상들 속에서 언제든 꺼내 마실 수 있는 탄산수 같은 시원함이 되기를 바란다.
페이스북을 보다가 어느 청년의 이야기를 보았다. 카이스트를 졸업하고, 자발적 백수로 지낸다는 그 청년의 이야기는 20대 초반 내가 호주에서 선택 할 수 있었던 갈림길을 떠올리게 하였다. 그때 나는 모아둔 돈으로 세계여행을 다니느냐 어학연수를 가느냐 선택할 수 있었다. 나의 선택은 어학연수 였고, 페이스북 청년의 선택은 여행 이였겠지. 세계여행을 다니며 수많은 경험을 했다는 그를 보면서, 그 여행의 끝에는 뭐가 있는지 나중에 나에게 알려달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내 여행은 다시 시작 될 수 있을까.